● 행정에서의 문화의 역할
우리는 문화와 관련한 공공 문제의 해결과 문화 발전을 위한 행정 활동을 문화행정이라고 한다. 문화행정은 크게 직접적, 간접적 활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술관, 문화 광장, 예술의 거리 등의 직접적인 문화행정은 시민들의 복지와 관광객 유입 차원에서 운영된다. 간접적인 문화행정은 도로, 둑, 도시 계획 등을 할 때 조형감을 살려 구조화하는 것으로 문화의 요소를 활용하여 행정의 목적을 이루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공공미술관인 시립미술관, 경기도에 위치한 국립과천과학관은 직접적인 문화행정으로 볼 수 있으며 간접적 활용으로는 서울형 '범죄예방디자인프로젝트'를 소개할 수 있다. 서울시는 우범지대가 되기 쉬운 저소득 취약계층의 지역에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하였다. 그 시작은 염리동과 가양동의 공진중학교로 하였으며 좁고 어두운 길을 산책로로 바꾸는 노력을 통해 첫 번째 시범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어 다른 지역으로 사업이 확장되었다.
● 행정에서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왜 필요한가?
1970년에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가 17개의 사람이 다니는 보행길로 재건되는 '서울로7017' 공원화 사업이 최근 이슈화되었다. 야외 활동이 잦지 않은 사람들도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바로 1억 3천만 원을 들인 '슈즈트리'라는 작품이 흉물 논란으로 전시 9일만에 철거가 되는 해프닝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권위 대회를 휩쓴 환경미술가의 재능기부 작품을 왜 우리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철거하였을까? 그것은 인간의 심미적 분노가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심미적 분노란 인간은 아름다움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이 헤쳐지면 분노와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슈즈트리 철거 현상은 작가 의도와 작품성을 배제하고 도시공원의 조경에 취하고 싶은 시민들의 희망이 압도적인 헌 신발 3만 켤레로 인해 방해 받으며 발생한 일이라고 보여진다. 개인적으로 행정에 있어서 미적인 이해가 필요했던 사례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는 아프리카 계 흑인여성으로 처음 국무 장관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며 자라왔고 대학교 또한 피아니스트를 고려하여 음대로 진학하였다. 대학교 2학년 때 자신은 카네기 홀에 설 실력이 안 된다고 냉정하게 판단하며 피아노를 포기한다. 그녀는 정치학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지금은 전 세계 공직자 중 가장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미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국무 장관의 취미가 감성적인 피아노 연주라는 것은 평소 공직자들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는 경우이다. 우리는 흔히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지루하고 경직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콘돌리자의 경우 고위 공직자의 위치에서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를 꾸준히 연습한다는 점은 반전 매력과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그녀는 전문적으로 연주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사적 임무에서 외교적 행사로 연주를 하기도 하며 그녀의 문화 능력이 국정에 활용되기도 한다. 콘돌리자의 이야기처럼 문화와 예술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그것은 사람 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해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문화와 예술 그리고 풍경을 보기 위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는 예술가들만 있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시를 기획하고 관리하며 규제를 정하는 공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독일은 간판과 광고물에 대해 가장 엄격한 규제를 하는 나라이다. 때문에 유럽국가 중에서 간판 크기가 가장 작고 예술성이 뛰어나며 간판을 보는 재미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홍보를 위해 미적인 요소보다 크고 원색적인 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아름답지 않은 간판은 도시의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점을 도시 개발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공직자들은 아름다운 도시 건설을 위해 색감, 조형에 대한 이해와 문화 예술의 관심이 필요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규제 강화를 지지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질수록 도시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개성을 찾아갈 것이다.
● 창의적인 도시
현대사회에서 창조적 작업을 통해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 과학자, 건축가, 디자이너, 작가, 예술가, 교수, 엔터테인먼트 종사자와 금융, 법률, 의료, 교육 등 창조성을 업무의 핵심 요소로 활용하는 직업의 종사자들을 창조계급이라고 한다. 그리고 창조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를 도시 별로 수치화한 것이 보헤미안 지수이다. 창조 계급이 많을 수록 보헤미안 지수가 높으며 보헤미안 지수가 높은 지역일 수록 다양함에 관용적이며 개방적이다. 부가적으로 창조계급이 많은 지역의 특징은 하이테크 산업이 밀집한 지역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창조능력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평가 받는 시대이다. 미래에는 인공지능, 기계 등의 발전으로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감성 기반의 창조성이 더더욱 중요한 가치로 평가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적 입장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면 적극적인 도시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은 창의성이 선천적 능력을 기초로 학습과 환경을 통해 키워간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전시회나 체험형 행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환경의 범위를 넓게 본다면 도시 전체가 미래의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자극해주는 환경이 될 수도 있다.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검색 전문 업체 구글의 사무실은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되었을 정도로 개성 넘치며 흥미로운 공간이다. 그들은 창의적인 공간을 제공하면서 직원들이 더 나은 아이디어와 업무 능률을 보이도록 한다.
우리나라의 문화행정은 전시 및 공연을 운영하는 부분에 치중하고 있다. 비록 시간과 금전적 위험부담이 크지만 비휘발성의 문화행정이 많아져야 한다. 그 방책으론 도시 개발만큼 효과적이고 명확한 것은 없다. 미래지향적인 행정은 좀더 빠르고 편리한 도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함께 창의적인 자극을 어디서든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엔터˙컬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현실주의(아방가르드) 실험영상 레포트 (2) (0) | 2018.02.01 |
---|---|
초현실주의(아방가르드) 실험영상 레포트 (1) (0) | 2018.02.01 |
국가론의 창시자 플라톤, 철인정치 실현을 위한 플라톤의 교육론은? (0) | 2018.02.01 |
여행 가방(캐리어)의 구조(디자인)을 심리적 차원에서 분석하다. (0) | 2018.02.01 |
이번주 주말에 볼만한 전시회 #전시회 데이트 #문화생활 (0) | 2018.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