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현실주의 특징
‘안달루시아의 개’, ‘조개껍질과 성직자’ 두 작품 모두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영상이다. 때문에 작품을 분석하기 전에 초현실주의 작품의 특징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영향을 받아,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표현한다. 초현실주의에서 ‘초’는 현실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초현실주의의 작품을 보면 현실을 완전히 제거하여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비정상적 현상을 보여주어 그것이 꿈과 환상의 세계임을 나타낸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 회화 작품을 보면 시계, 신사처럼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소재들을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설정하여 그렸다. 초현실주의 작품의 표현 방식은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의 정의와 일부 맞닿아있다. 그는 무의식이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였다. 이 전제는 의식과 무의식이 유기적인 관계이며 초현실주의 표현에 사실적 배경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초현실주의의 등장을 거슬러 가보면 그 시작을 다다이즘에서 찾을 수 있다. 다다이즘은 1차 세계대전의 무분별한 죽음에 대해 인식한 결과, 1915년 무렵 과거의 모든 예술형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비합리성, 반도덕, 비심미적인 것을 지향하였다. 기성 예술의 전통성을 무시하고 비논리적 서사를 따른다는 특징은 이후 초현실주의 작품까지 이어진다. (20세기 초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등 기존의 예술을 부정한 운동을 흔히 전위 예술, 아방가르드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두 작품을 관람하고 연구하는 태도에서 정확한 서사에 대해 분석하지 않도록 유의했다. 환상, 꿈, 유년기, 광기, 본능과 같이 이성의 반대편의 것이 두 영상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해석하는 자세로 임하였다.
2. ‘안달루시아의 개’ 분석
이 실험영화의 제작은 루이스 부뉴엘과 살바도르 달리가 각자의 꿈을 공유하며 시작되었다. 영상에서 나오는 면도 칼과 개미 떼는 각각 부뉴엘과 달리의 실제 꿈이었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두 감독은 꿈속을 헤매는 듯한 초현실주의 영화를 만든다. 14분 가량의 짧은 영화는 이야기의 연계성 없이 이미지의 자유 연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서 면도 칼로 눈을 자르는 것과 달을 가로지르는 구름의 모습에서 이미지의 유사함이 느껴지며, 이후에 나오는 눈이 파인 당나귀까지 연결된다. 눈은 현실을 보게 하는 이성의 창이다. 무의식의 세계에선 현실을 보는 창은 불필요한 존재이다. 따라서 여성의 눈을 도려내고 당나귀의 눈이 파여 있는 것은 두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라고 유추해본다. 이뿐만 아니라 개미 떼, 여성의 겨드랑이 털, 성게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나방의 몸통에 해골을 연상케 하는 무늬를 보여주는 것도 이미지 연상에 해당한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8년 후’, ‘16년 후’ 등 시간을 나타내는 텍스트가 나오는 것이다. 영상 속 텍스트 정보는 보편적으로 이야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하지만 안달루시아의 개는 이야기의 연속성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고 혼란만 준다. 영화의 주제가 꿈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꾸는 꿈속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시간을 유추할 수 없는 것이 정상이다. 같은 맥락에서 신부와 피아노, 송아지의 등장도 꿈이기에 납득이 가능한 조합이다.
안달루시아의 개에서 이성(또는 의식)과 본능(또는 무의식)의 충돌이 자주 목격된다. 독자적 판단이므로 올바른 접근인지 확신은 없지만 총 3번의 마찰이 발생한다. 처음은 여자가 침대에 어린이의 옷과 넥타이를 가지런히 놓는다. 어린이 옷은 본능을, 넥타이는 어른의 이성을 뜻한다. 이 충돌을 시작으로 남자의 손에 개미 떼가 나오며 무의식의 세계가 점점 강해진다. 두 번째 부딪힘은 자동차와 한 여성의 충돌이다. 땅바닥에 떨어진 괴기한 손목을 감정 소모 없이 바라보는 여성을 이성으로, 무의식처럼 결박되지 않아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본능으로 보았다. 꿈의 세계이므로 이성을 뜻하는 여성이 짓밟히는 장면이 나온다. 세 번째 충돌은 유아 퇴행한 남자 주인공을 혼내는 어른의 죽음이다. 어른이 총에 맞아 죽으며 꿈은 완전한 무의식이 지배하게 되었음을 나타낸다.
앞서 말한 초현실주의의 특징을 소품이나 캐릭터 연기에서 접근하여 분석해볼 수 있다. 남자가 어린이의 옷을 입으며 등장하고 어린이처럼 행동하는 것은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본능에 가까운 유년기를 묘사한 것이다. 어린이를 볼 때면 순수한만큼 욕망에도 충실히 반응한다는 것을 안다. 영화 속 남자가 욕망을 추구하는 것은 초현실주의에서 비합리적 특징을 행동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자의 의미는 욕구나 욕망이 아닐까 싶다. 어린이의 상자에는 어른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며 그것을 넥타이로 대신하였다. 차에 치이는 여성은 손이 가진 의미보다 먼저 그것을 직접 줍지 못하는 설정에 주목하였다. 이성이라는 의미가 대입된 여성은 욕망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땅에 떨어진 남자 손의 의미를 스킨십의 욕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다가 나오는 장면에서 부서진 상자와 유년의 흔적은 큰 의미가 있다기 보다 소재를 반복 사용하여 달라진 공간을 하나의 꿈인 것처럼 연결하는 역할로 활용한 것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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