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컬쳐

여행 가방(캐리어)의 구조(디자인)을 심리적 차원에서 분석하다.

오랜 기간 집을 떠나게 되거나 여행을 가게 될 때 우리 손에는 캐리어 가방이 들려있다. 캐리어 가방은 많은 짐을 넣어도 바퀴가 달려있어 비교적 아이도 쉽게 쓸 수 있는 여행 가방이다.

 

캐리어 가방은 과거 서양권의 부유한 시민 계급이 종교적 목적의 순례, 유희 목적의 여행을 하거나 무역업 등을 하면서 튼튼하고 많은 짐을 담을 수 있는 트렁크(trunk) 가방을 사용한 것에서 발전하였다. 과거에는 하인들이 짐을 들었기 때문에 이동, 무게 등의 실용성보단 미적인 부분이 우선시 되기도 하였다. 지금의 캐리어 가방은 물건을 넣고 고정하는 장치가 있는 수납 공간, 보안을 위한 잠금 장치, 사람 키에 따라 조절 가능한 손잡이 그리고 적은 힘으로도 쉽게 이동하도록 하는 바퀴 등의 구조로 사용성과 기능적 면에서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캐리어 가방의 등장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호기심을 외국 여행을 통해 풀도록 돕는 도구가 되었다. 사람들이 탐험가 콜럼버스처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외부 세계에 대한 경험을 목적으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이때 큰 캐리어 가방은 한꺼번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물건의 양이 많도록 하여 오랜 기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하고 바퀴와 조절이 가능한 손잡이는 이동하는 것을 쉽게 도와 여행에 대한 체력적 부담도 줄게 한다. 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여가 선호 현상, 항공권의 공급 증가처럼 구조적 측면의 직접 영향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편리하게 여행하도록 하는 물리적 인공물의 발전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바퀴가 달린 이상한 가방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인간이 사물을 이해하고 지각하는 원리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바퀴의 지각적 원리를 이용해서 사용자에게 이 가방은 드는 것이 아니라 끌고 가야 하는 가방임을 인지하게 한다. 그리고 손잡이의 버튼은 사용자에게 누르도록 행동을 유도하여 사용자가 손잡이의 길이를 적당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버튼을 누르면 손잡이의 길이를 바꿀 수 있고 버튼을 떼면 고정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어색함 없이 캐리어 가방을 이용하게 된다.

 

우리는 캐리어 가방을 볼 때 개개인마다 다른 가치를 두고 평가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가방에 담아 가는 물건이 깨지기 쉬운 유리라면 여러 개의 잠금 장치가 있는 보안성 좋은 가방보다 강한 충격에도 문제가 없는 내구성이 좋은 가방을 고를 것이다. 바퀴가 2개뿐인 가방으로 이동의 불편함을 겪은 사람은 다음에는 4개의 바퀴가 있는 가방을 고를 것이고, 이민이나 유학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무조건 많은 짐을 담을 수 있는 수납 공간에 초점을 맞춰 가방을 구매를 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또는 어떤 사람들에게 캐리어 가방이 여행에 있어 전혀 필요 없는 인공물이 되기도 한다. 세계 여행을 떠나는 배낭여행객들이 그렇다. 이들에겐 캐리어는 무겁고 부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동 시에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배낭 가방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를 보면 사람들은 인공물에 대해 주관적인 관념을 가지고 가치를 판단하게 되는데 그것은 개인의 심리적 과정에서 결정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프로덕트 디자인 유형의 인공물이 그러하듯 캐리어 가방도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캐리어 가방은 바퀴로 끌고 간다는 점에서 지면에 닿아서 이동하기 때문에 바닥의 특성과 질감에 따라 사용감과 소음의 크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계단이나 버스, 지하철 같이 사람들이 많은 좁은 공간은 캐리어의 부피 문제로 타인에게까지 불편을 주기도 한다. 양손이 자유롭고 물건을 쉽게 꺼낼 수 있는 여행용 백팩에 비교하면 캐리어 가방은 휴대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캐리어 가방과 백팩의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는 캐리어 겸 백팩 가방을 개발하기도 한다. 물론 사람이 멜 수 있는 크기로 제작되기 때문에 수납 공간이 작다는 단점이 재기 되지만 인간의 불편함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의 존재와 노력을 느낄 수 있는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