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아방가르드) 실험영상 레포트 (2)

3. ‘조개껍질과 성직자’ 분석

최초의 초현실주의 작품이라 평가 받는 조개껍질과 성직자는 아방가르드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 제르멘 뒬라크의 실험영화이다. 이 영상은 3명의 주요 인물이 나온다. 조개껍질의 액체를 플라스크 병에 옮기는 젊은 남자. 젊은 남자와 대립하는 나이 든 남자. 그리고 나이 든 남자의 배우자로 보이는 젊은 여자이다. 이 영화는 신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가 생각나게 한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 그리스 신화의 왕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처음 발견한 프로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남자아이들은 아버지에게서 이탈하여 어머니를 욕망의 대상으로 느끼는 단계를 거치며 자라게 되며, 이 단계를 거쳐나가지 못한 사람은 자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죄의식과 불안, 무의식 속의 억압을 받는다고 한다.

 

프로이트가 주장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참고하여 살펴보면, 나이 든 장군과 젊은 남자가 싸우는 장면은 남자아이들이 아버지에게서 이탈하는 것을 형상화 한 것이다. 영화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조개껍질은 어머니라는 욕망의 대상이다. 이때 이미지 연상 기법을 사용하여 여성의 가슴과 조개껍질이 이어지도록 했다. 젊은이 얼굴에 물, 성이 중첩하여 보이는 것은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젊은 남자의 최후의 목적을 묘사한 것으로 느껴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개껍질의 핏물을 마시자 조개껍질 위에 남자의 얼굴이 중첩되어 나온다. 이 부분은 어머니를 욕망의 대상을 아직 두고 있는, 자립의 단계를 넘어가지 못한 과도기의 단계로 해석했다.

 

조개껍질과 성직자는 도시의 풍경, 교회, 검은 공간으로 급진적으로 이동하여 공간의 개연성이 없다. 흔들리는 샹들리에 아래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구름이 낀 하늘, 여러 사람의 손 등의 장면을 구성하여 내러티브의 연계성을 벗어났다. 인물의 얼굴이 갈라지거나 옷이 갑자기 늘어나는 현상은 초현실주의 작품의 비합리성이라는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초반에 장군의 움직임이 갑자기 느려지는 것과 여자를 쫓는 젊은 남자의 독특한 움직임은 운동을 활용한 새로운 방법의 연속성 파괴이다. 영화에서 영상과 영상을 중첩한 방법도 환상, 꿈의 느낌을 주는 기법이라 볼 수 있다.

 

 

4. 두 작품의 비교

 

이번에 작품을 조사 및 분석하며 초현실주의 예술사조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알게 되었다. 두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무의식, 꿈을 주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초현실주의 작품의 공통된 특징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먼저, 방법적으로 내러티브를 파괴하는 비연속성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이미지 연상 배열을 활용하였고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낯선 현상을 영상의 중첩 사용으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보여줄 소재들의 선택이나 영상의 연출은 시각적 폭력과 성적 노출 요소가 공통적으로 있다. 안달루시아의 개에서 눈을 도려내는 것과 조개껍질과 성직자에서 장군 복장의 남자의 얼굴이 갈라지는 표현이 시각적 폭력이다. 또한, 각 영상의 여자 주인공의 신체 노출과 송아지의 파인 눈, 깨진 유리 조각도 광기, 본능, 욕구 등의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소재들을 선택하였을 것이다.

 

이에 더불어 배우들의 감정, 움직임의 운동을 따져보았을 때 표정과 행동이 모두 과장되었다. 두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들은 어린이처럼 원초적인 감정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연기의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는데, 안달루시아의 개는 서사가 없더라도 구체적인 상황과 배경이 있기 때문에 얼굴보다 몸짓에 과장됨이 있으며 조개껍질과 성직자는 표정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두 작품의 차이점을 더 분석해본다면, 묘사의 방법과 대상에서 차이가 있다. 안달루시아의 개의 경우 사실적 묘사로 현실과 비현실의 이질감을 통해 꿈을 나타냈으며 유머러스한 상황 연출은 기묘하면서도 어둡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조개껍질과 성직자의 경우 영상의 왜곡, 포커스 아웃 등으로 무의식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표현하였으며 추상적 표현이 많아 인물의 심리를 심도 있게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