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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컬쳐

국가론의 창시자 플라톤, 철인정치 실현을 위한 플라톤의 교육론은?

 

"교육이 한 인간을 양성하기 시작할 때의 방향이 훗날 그의 삶을 결정할 것이다."

 

나라를 운영한다는 의미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사상과 국가의 행정은 긴밀한 관계에 있다. 정치사상은 공자의 왕도정치, 플라톤의 철인정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공자의 왕도정치는 지도자가 덕을 갖추어 모범을 보여야 백성이 진심으로 복종하게 됨을 주장하였다. 플라톤은 가장 지혜로운 철학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철인정치를 주창하였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모술수를 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군주론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정치사상으로 평가되지만 위법을 옹호하는 듯한 위험한 주장이다. 때문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정치보단 전쟁이론에 더 적합하며 동양권엔 공자의 왕도정치, 서양권은 플라톤의 철인정치가 대표적인 정치사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플라톤의 철인정치는 공화국이라는 책을 통해 이뤄진다. 플라톤의 공화국은 세습하지 않은 지도자가 있고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경계하여 중우정치를 부정한다. 그가 중우정치를 부정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우매한 다수의 의견으로 소크라테스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철학자였던 스승의 죽음은 플라톤으로부터 철인정치를 고안하게 했다.


플라톤은 국가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좋은 국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훌륭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는 어리석은 지도자에게 지배 받는 것을 지양했으며 지혜로운 지도자를 알아볼 혜안이 있는 자들만이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톤은 정의로운 정치의 실현을 교육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상적인 교육 철학을 만들어낸다. 플라톤의 교육이론은 성별에 상관없이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와 격리시키고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주도록 한다. 평등한 교육의 내용은 건강한 육체를 위한 체육과 풍부한 감성을 위한 음악, 선과 악을 구분하도록 하는 종교교육이 있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 각자의 소질에 맞는 계급을 부여하고 이에 맞는 배분적인 대우를 받도록 한다. 보통교육으로 영혼과 육체를 단련한 아이들은 20세가 되면 재능에 따라 3개의 계급으로 나뉜다. 지도자의 잠재력이 있는 지혜로운 금의 계급, 나라를 지키고 지도자를 보좌하는 은의 계급, 농부와 직공 같은 생산적이고 감각적인 활동으로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철(동)의 계급이다. 평등한 사회인 아테네의 몰락을 지켜본 플라톤은 계급사회를 만들지만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계급사회와 많이 다른 체제이다. 귀족의 부, 왕의 자리가 세습되는 고대국가와는 다르게 부모가 금의 계급이더라도 아이의 영혼이 철의 계급이면 이에 맞는 사회적 대우를 받아야 하며 반대로 철의 계급인 부모에게서 금의 자질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금의 계급에 맞는 자리와 대우를 받아야 한다 생각했다. 플라톤은 철저하게 능력에 따라 신분이 바뀌고 부와 가난이 세습되지 않는 계급사회를 정의했다.


20살이 된 수많은 아이들 중 금의 계급으로 선택 받은 이들은 이제 철학을 배우기 위한 기초과목을 학습한다. 20~30세까지 10년간 철학의 기초 소양을 배운 후 이들에게 다시 5년간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이데아 교육이 이뤄진다. 이때 등장하는 이데아라는 개념은 세상에 존재하는 현상은 본질이 아니며 현상을 분석하면 진정한 원리와 본질, 법칙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깊은 고찰로 본질을 알게 되면 본질에 변형이 있어도 다시 고안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를 것이라 생각했다. 플라톤은 어려운 이데아의 개념을 동굴에 비유하여 쉽게 설명한다.


동굴 속에 묶여있는 죄수들이 있다. 이들은 동굴 벽면만 볼 수 있으며 태양빛으로 만들어지는 그림자를 보고 실재라고 여긴다. 이때 한 죄수가 족쇄에서 풀려나 동굴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는 동굴 속에서 실재라 여긴 것이 그림자에 불과하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동굴로 돌아가 다른 죄수들에게 동굴 속에서 본 그림자는 실재가 아니라고 알리지만 다른 이들은 이 죄수를 미치광이로 여기게 된다. 위 이야기에서 족쇄가 풀린 죄수는 철학자, 동굴 안은 현실 세계, 동굴 밖은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의 세계로 이해할 수 있다.
금의 사람은 이데아 교육을 끝내면 철학의 중심(동굴 밖)에서 사람들의 살아가는 삶(동굴 안)의 터전으로 옮겨가 생활해야 한다. 인간의 욕망이 가득한 곳에서 금의 사람들은 15년간 생활하며 돈을 벌거나 가족을 만들며 철학자의 삶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플라톤은 이러한 유혹 속에서 15년 동안 철인 정신을 위배하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한다. 15년의 유혹을 견딘 철학자는 철인이 되기 위한 두 조건을 수용하는 마지막 단계를 거친다. 첫째, 지도자는 개인 소유의 재산이 없어야 한다. 둘째, 가정을 만들 수 없다. 플라톤은 공정한 정치를 위해 사익을 추구할 위험요소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이상적인 지도자를 완성하려 했다.

 

인간의 욕망을 철저하게 절제한 플라톤의 교육론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한 지나치게 이상적인 국가이론으로 평가된다. 그의 교육론은 부모와 아이를 격리하여 부모만이 줄 수 있는 정서적 유대감과 모방을 통한 학습의 기회를 박탈했다. 혈연보다 능력 위주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부모라는 존재의 결핍은 심리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인간의 후천적 발전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였다. 플라톤의 교육 철학에 따라 20세에 계급이 정해지면 평생 정해진 계급 안에서 살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은 20세가 지나서 발현될 수도 있는 것이며 경험과 노력을 통해 서서히 발전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플라톤의 교육이론은 이성을 비대화했고 인간의 본능과 감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한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플라톤 철학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 생활에 그의 철학이 널리 묻어있기 때문이다. 동양권인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동일한 교육의 기회를 받도록 국가가 의무적으로 책임지고 있으며 고등학교 과정이 19세에 마친다. 금의 계급은 20세 이후에도 교육을 지속하게 되는데 이것은 개인 역량에 따라 진학하는 대학교, 대학원 과정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공산주의 나라인 북한은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와 격리되어 동일한 교육 시설에서 교육을 받는다. 서양권의 경우 교육을 포함한 종교 영역까지 플라톤의 영향력이 뻗어있다. 서구의 학교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악기를 다루고 테니스 같은 스포츠를 배우며 교양을 쌓는 것은 플라톤의 보통교육(0~19세 동안 받는 교육)과 닮았다. 플라톤이 주장한 철인의 조건은 기독교 신부들의 삶에서 실현되고 있다. 그들은 사유재산과 결혼을 포기하며 종교에 순종한다. 이렇듯 플라톤의 철학은 종교, 교육,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뿌리내려 우리 삶의 깊게 관여하고 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